스팁루트(Steep Route) – 330km
주요지역: 하장- 황수피-박하-사파
출발일: 매월 15일 ~21일 (1주일)
여행 15일차: 하장 –황수피
2024/02/12
하장에서 황수피까지의 여정은 하장성의 두 가지 극명한 지형적 특징을 체험하는 날이었습니다.
하장성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동반 카르스트 지질 돌 공원과, 생태 자연보호구역인 황수피 지역으로 나뉩니다.
동반이 카르스트 바위와 돌로 형성된 화려한 지형이라면, 황수피는 떼 묻지 않은 자연의 생태계가 살아 숨 쉬는 따뜻한 엄마의 품과도 같은 곳입니다.
황수피에는 하장성의 서북쪽을 지키는 따이 곤링산(2,473m)과 하장성의 심장이라 불리는 키오우 리에우 띠 산(2,403m)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은 높은 산과 깊은 계곡으로 물이 풍부하고 맑으며, 소수민족들이 산 꼭대기까지 일구어 놓은 다락논은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입니다.
하장에서 황수피로 가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남쪽으로 돌아가는 일반 국도와, 국경선 근처의 따이 곤링산 중턱을 넘는 험난한 산길이 있습니다.
현지 주민들은 오토바이로도 다니기 어려운 이 길을 가지 말라고 만류했지만, 우리는 그 길을 선택했습니다.
길을 들어서자마자 주민들의 만류가 이해되었습니다. 비에 파이고 깎인 가파른 구렁텅이와 많은 돌탱이들로 인해 길이 매우 험난했습니다.
절반은 자전거를 타고, 절반은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로 해발 1,820m까지 올라야 했습니다.
땀이 줄줄 흐르는 힘든 여정이었지만, 능선에 올라 맞이한 시원한 바람은 그 모든 고통을 씻어주는 듯했습니다.
내리막길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상급 난이도의 싱글 트랙이었고, 해가 지면서 붉게 물든 하늘과 계단식 다락논 위로 어스름한 그림자가 드리우며 나그네의 마음에 그리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업힐 20km, 다운힐 20km로 이어진 이번 여정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특별한 하루였습니다.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이미 어둠이 짙게 깔린 저녁 7시를 넘긴 후였습니다.
요약: 15일차 여정은 하장에서 황수피까지 이어졌으며, 험난한 산길을 따라 해발 1,820m까지 오르고, 아름다운 계단식 다락논과 붉은 황혼을 감상하며 고된 하루를 보냈습니다.
이 여정은 황수피의 떼 묻지 않은 자연과 소수민족들의 삶을 느끼며, 고통과 보람이 공존하는 하루였습니다.
여행 16일차: 황수피-꼽파이
2024/02/13
황수피에서 콕파이까지의 여정은 다락 논의 천국이라 불리는 황수피 지역을 지나갔습니다.
황수피는 높은 산과 깊은 계곡으로 가득하지만, 그 가파른 지형에도 소수민족들이 만들어 놓은 다락논은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베트남에서 사진작가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다락논 지역 중 하나로, 사파와 라이저우, 무깡짜이, 그리고 이곳 황수피가 꼽힙니다.
산을 따라 펼쳐진 다락논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빚어낸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여정은 다락논의 절정이라 불리는 1,400m 산꼭대기에 위치한 풍 마을을 지나갔습니다.
이 마을은 1994년에 라찌족에 의해 형성되었으며, 구름이 흩어져 머무르는 산등성이 위에 자리 잡은 이 마을은 마치 동화 속에서나 볼 법한 곳입니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논 두렁의 선은 신이 만들어낸 경지라고 할 만큼 아름답고, 홈스테이 난간에서 내려다본 풍경은 완벽한 수채화처럼 느껴졌습니다.
특히 벼가 익어가는 황금빛 물결은 또 다른 장관을 이루리라 상상됩니다. 소수민족들의 끈질기고 부지런한 삶의 흔적은 그저 감탄을 자아냅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가슴에 담고, 능선을 넘고 산허리를 돌고 돌아 씬만을 거쳐 콕파이 읍에 도착했습니다.
콕파이로 내려가는 25km의 낭떠러지 같은 다운힐은 팔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지만, 다락논의 아름다움이 여운처럼 남아 체력을 극복하게 해주었습니다.
2016년에 세워진 높이 60미터의 콕파이 다리는 짜이강 협곡을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로, 이 다리가 세워지면서 황수피 지역의 숨겨진 속살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약: 16일차 여정은 황수피에서 콕파이까지로, 다락논의 천국이라 불리는 풍 마을을 지나 자연과 소수민족의 삶이 어우러진 아름다움을 만끽했습니다.
험난한 산길을 넘으며 베트남 소수민족들의 끈질긴 노력과 황수피 지역의 경이로운 풍경을 경험한 하루였습니다.
여행 17일차: 꼽파이-박하
2024/02/14
콕파이에서 박하까지의 여정은 짙은 안개 속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짜이강을 따라 흐르는 협곡 위로 콕파이 수력발전소가 설치된 이후, 강 수면이 상승하면서 콕파이는 아침마다 안개로 덮이는 곳이 되었습니다.
콕파이 시장에서는 여러 쌀국수집이 운영 중이었는데, 유독 한 집만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이곳의 붉은 과일로 물들인 찹쌀 면발과 육수는 일품이었습니다.
콕파이에서 난마까지는 12km로, 해발 400m에서 1,200m로 급격히 상승하는 고지였습니다. 중간에 경사가 14%에 달하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난마를 지나 국도를 벗어나 소로길을 따라 반자 마을을 지나 룽핀 시장으로 향했습니다.
이 마을은 하장성과 라오까이성의 접경지대이자, 황수피 현과 오늘 도착할 박하 현의 경계에 있습니다. 5년 전 만났던 반자 마을 사람들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주인의 동생은 하노이에서 대학을 졸업한 후 하노이에서 결혼하여 정착했다고 합니다. 꿈과 현실이 변하는 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스쳤습니다.
룽핀에 가까워지자 이슬비가 내리고 기온이 떨어져 바람막이를 입었습니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뜨거운 커피로 몸을 녹였습니다.
박하 지역에서는 7일장으로 열리는 전통시장이 있는데, 박하는 일요일, 룽핀은 금요일, 그리고 껀꼬우는 토요일에 열립니다.
아쉽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 북쪽에서 가장 큰 전통시장을 경험할 수 없었습니다. 룽핀 시장은 소 시장으로 유명하며, 각기 다른 소수민족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룽핀에서 박하까지는 내리막길이 이어졌습니다. 박하에 일찍 도착해 오랜만에 오수를 즐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요약: 17일차 여정은 콕파이에서 박하까지로, 짙은 안개와 급경사의 산길을 넘어 반자 마을과 룽핀 시장을 거쳐갔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옛 추억을 되새겼고, 북쪽 전통시장을 경험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여행 18일차: 박하-라오까이
2024/02/15
박하에서 라오까이까지의 여정은 아쉬움과 기대감이 교차한 하루였습니다.
해발 1,000~1,400m 고원지대에 위치한 박하에서 일요일에 열리는 대규모 전통 시장을 보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박하 시장은 베트남 북쪽 지방에서 가장 큰 규모로, 18개 소수민족들이 전통 복장을 입고 모여 물물교환을 하고 생필품을 사는 곳입니다.
외국 관광객들도 몰리면서 마치 국제적인 인종 전시장을 방불케 하는 시장입니다.
비록 이번에는 놓쳤지만, 종주가 끝나기 전에 한 번쯤 전통 시장을 구경할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박하는 ‘하얀나라’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는데, 이는 1991년부터 아편 경작지를 매실나무로 바꾸며 얻어진 이름입니다.
1~2월이면 하얀 매화꽃이 만발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박하에는 불란서식 건축물로 지어진 캇 호앙 아 뜨엉 왕궁도 있습니다.
이 왕궁은 과거 따이족 왕이 살던 곳으로, 흥몽족 메오 왕궁과는 다른 현대식 건축물입니다.
시간 부족으로 박하 시장만 잠시 들러 분위기를 엿보았고, 시장이 파한 모습은 여느 일반 시장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장성을 벗어나 라오까이성으로 들어서자 지형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고원에서 내려오니 강이 흐르는 분지와 들판이 나타났고, 시내 중심가를 휘돌아 홍강가에 도착했습니다.
홍강은 중국 운남성에서 시작해 베트남을 지나 하노이를 거치며 베트남의 양대 델타를 형성하는 강입니다.
깊은 산중 오지를 지나 도회지로 들어선 이 묘한 감정은, 오랜 자연 속 여정을 끝내고 문명으로 돌아온 특별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요약: 18일차 여정은 박하에서 라오까이까지 이어졌으며, 박하의 대규모 전통 시장을 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박하는 ‘하얀나라’로 불리며, 소수민족 왕궁과 매화꽃으로 유명합니다.
하장성을 지나 라오까이로 들어서며 홍강을 따라 이어지는 풍경을 보며 깊은 산속 오지를 벗어난 묘한 감정에 빠졌습니다.
여행 19일차: 라오까이-사파
2024/02/16
라오까이에서 사파까지의 여정은 해발 100m에서 1,600m로 급격히 오르는 힘든 코스였습니다.
거리는 30km 남짓이었지만, 가파른 경사와 차량들로 인해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여러 루트를 검토한 끝에 북쪽 국경선을 따라 올라가 응우 찌선 산을 우측에 두고 사파로 내려가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남쪽 길은 군데군데 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정보 때문이었습니다.
우회 도로는 고도 1,900m까지 올라가야 했지만, 비교적 완만한 경사와 내리막이 많았습니다.
다만 문제는 점심을 먹을 만한 식당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첩첩 산중에 흩어진 몇 안 되는 소수민족 마을에는 상점 하나 제대로 없는 곳들이 많았습니다.
상점에서 음료수를 샀을 때도 소수민족들은 셈도 잘 하지 못하고, 거스름돈을 받지 않으면 너무 고마워하며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그들의 순박함과 순수함에 마음이 짠해질 정도였습니다.
파 세오 마을 언덕을 넘다 잡화점에서 라면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랬습니다.
닭장에서 갓 낳은 따뜻한 달걀을 넣어 먹은 라면은 어떤 일류 요리사도 끓이지 못할 맛이었습니다.
사파로 들어서는 1,900m 고지에서 짙게 끼었던 안개는 사라지고, 따가운 햇살이 눈부시게 비추었습니다.
바람은 싸늘했지만, 이 고원지방 특유의 기운은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사파 시내에 들어서자 발 디딜 틈 없는 사람들과 자동차 경적 소리가 정신을 어지럽게 했습니다.
오랜만에 도심으로 돌아온 자연인의 기분이 들었습니다.
요약: 19일차 여정은 라오까이에서 사파까지로, 가파른 경사와 차량들로 인해 쉽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우회 도로를 선택해 비교적 완만한 경사로 올라갔지만, 식당이 없는 첩첩 산중에서 소수민족의 순수한 모습을 경험하고, 맛있는 라면으로 허기를 달랬습니다.
사파 시내에 도착하니 도심의 번잡함이 느껴졌습니다.
여행 20일차: 사파
2024/02/17
사파에서의 하루는 우리 종주 팀에 새로운 팀원이 합류한 이후 처음으로 활기가 넘친 날이었습니다.
일주일 구간 팀 5명이 추가로 합류해 총 9명이 되어, 황수피를 거쳐 사파까지 함께 달려왔습니다.
사파는 볼거리가 매우 많은 지역이라, 이틀 동안 사파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인도차이나의 지붕이라 불리는 판시팡 산(3,143m), 사파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함종산, 헝 몽족의 본거지인
캇캇 마을, 다오족 마을인 따반, 다락논이 펼쳐진 머엉 화 계곡 등 다양한 명소들이 있습니다.
사파는 해발 1,600m가 넘는 고원 도시로, 베트남에서 또 다른 고원 도시인 다랏과 비슷한 기온을 보입니다.
그러나 사파는 온대 기후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는 보기 드문 장소입니다.
사파에서는 1957년부터 2013년까지 총 21차례 눈이 내렸으며, 1968년 2월 13일에는 최대 20cm의 눈이 내린 적도 있습니다.
사파는 하루 동안 네 계절의 날씨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아침에는 봄처럼 포근하고, 점심에는 여름처럼 덥고, 오후에는 가을처럼 바람이 불며, 밤에는 겨울처럼 추워집니다.
사파 시장은 매주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이어지며, 이곳에서는 흐몽족과 레드 다오족의 소수민족 청년들이 전통 악기를 통해 사랑을 찾는 ‘사파 사랑 시장’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오늘 팀원들은 라이딩 대신 사파 관광을 즐겼고, 케이블카를 타고 판시팡 산 정상에 오르기로 했습니다.
사파 시내에서 정상까지는 산악 모노레일과 케이블카를 번갈아 타는 코스로, 동양에서 가장 긴 스릴 만점의 코스입니다.
다만, 사파의 날씨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일 년 중 166일은 안개가 끼어 앞을 보기 어려울 정도라, 오늘도 판시팡 정상에서의 환상적인 뷰는 볼 수 없었습니다.
요약: 20일차 여정은 사파에서 다양한 명소를 둘러보며, 케이블카로 판시팡 산 정상에 도전한 하루였습니다.
사파는 고원 도시로, 독특한 기후와 풍경을 자랑하며 소수민족들이 사랑을 찾는 ‘사파 사랑 시장’으로도 유명합니다.
오늘은 날씨로 인해 판시팡 정상의 경치는 보지 못했지만, 여유로운 관광을 즐겼습니다.
여행 21일차: 사파
2024/02/18
사파에서의 이틀째는, 일주일간 함께했던 팀이 하노이로 떠나고 우리는 마지막 스퍼트를 위해 가벼운 워밍업을 겸해 오전에 믕엉 화 계곡으로 라이딩과 트레킹을 즐겼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나 쾌청하여 사파 시내에서도 판시팡 정상까지 뚜렷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어제와 오늘의 날씨가 바뀌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눈부신 햇살 속에서 고원 바람을 맞으며 라이딩을 즐겼습니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고, 바람은 점차 거세졌습니다.
바람에 날린 구름은 산 너머로 사라졌고, 하늘은 맑고 푸르렀습니다. 이런 날씨는 사파에서도 흔치 않기에 그 순간을 만끽했습니다.
믕엉 화 계곡의 다락논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듯한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습니다.
일요일 오후가 되자 북적이던 사파 시내는 한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썰물이 빠져나가듯 해가 저물수록 사파 시내의 붐비던 소리가 점점 사라졌습니다.
경적 소리와 북적임이 사라지자, 한결 산골 마을다운 고요함이 찾아왔습니다. 내일 아침은 또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요약: 21일차 여정은 사파에서의 두 번째 날로, 쾌청한 날씨 속에 머엉 화 계곡을 라이딩하고 트레킹하며 사파의 고원 풍경을 즐겼습니다. 북적이던 사파 시내가 한산해지며 산골 마을의 고요함을 느낀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