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쓴이: 이재국 (1948년생)
– 참가 기간:2024년 01월 29일~2월 24일
범피루트(Bumpy Route) – 384km
– 루트2: 하꽝-바오락-메오박-동반-룽꾸-옌민-땀선-하장
– 출발일: 매월 08일 – 14일(1주일)
여행 8일차: 쑤언호아-바오락
2024/02/05
쑤언호아에서 바오락까지의 여정은 지금까지의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이었습니다. 오늘은 베트남 라이더들이 도전하고 싶어하는 꿈의 도전장, 14굽이의 꼭차 패스와 16굽이의 나뗑 패스를 넘어야 하는 험난한 여정이었습니다.
출발할 때부터 안개가 앞을 가리고, 맞바람이 불어 추위가 피부에 닿았습니다. 바람막이로 무장하고 해발 400m에서 1,100m까지 올라가는 나뗑 패스에 도착했을 때, 안개는 더욱 짙어져 앞을 분간하기 어려웠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아 긴장감이 더해졌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험난한 13km 오르막과 12km 내리막 코스를 수월하게 넘겼습니다.
안개 속을 벗어나니 햇살이 내리쬐며 산과 계곡의 경치가 너무도 아름다웠습니다. 안개에 가려 보지 못한 나뗑 패스의 모습이 더욱 신비롭고 궁금증을 자아냈습니다. 계곡 속 눙족이 사는 소수민족 마을에서 잠시 머물며 부엌을 빌려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순수하고 소박한 사람들과 함께한 이 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빨래판처럼 가파른 꼭차 패스 언덕에 올라서니 강한 바람이 불어 모든 긴장감을 날려버릴 정도였습니다. 언덕 맞은편 산 꼭대기 전망대에서 14굽이의 절벽을 바라보니, 푸른 산을 따라 한 마리 뱀이 기어오르는 듯한 모습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요약: 8일차 여정은 쑤언호아에서 바오락까지, 꼭차 패스와 나뗑 패스를 넘어가는 험난한 라이딩이었습니다. 안개와 바람 속에서 힘든 길을 지나 아름다운 계곡과 소수민족 마을을 만났고, 꼭차 패스의 절벽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여행 9일차: 바오락 – 메오박
2024/02/06
바오락에서 메오박까지 베트남 북부 동서 종주 여정의 구일째 날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초여름처럼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었으며, 구정(베트남 설날) 전후에 이렇게 더운 겨울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베트남의 구정은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는 중요한 날로, 동네마다 일 년 동안 쌓인 쓰레기를 치우고, 동네 입구를 붉게 장식하며 설맞이 준비를 합니다. 집집마다 홍매화나 봉숭아꽃, 작은 귤나무로 집을 장식하고, 사람들의 설맞이 열기가 마을 골짜기마다 가득 찼습니다. 시장 골목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명절 분위기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까오방성과 하장성의 경계를 따라 투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뇨꾸에 강과 깜 강이 합쳐지는 나퐁 마을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십오 년 전에는 이곳에 다리가 없어 배로 강을 건넜지만, 이제는 베트남도 점점 발전하고 있어 다리가 놓였습니다. 두 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는 언제 봐도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이 다리만 건너면 하장성입니다.
오늘까지 총 세 개의 성을 지나며 약 700km를 달렸습니다. 이제 베트남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하장성에 들어섰고, 그만큼 산도 더 높고 험준해졌습니다. 이곳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지질 돌 공원이기도 하여, 내일의 여정이 더욱 기대됩니다.
요약: 9일차 여정은 바오락에서 메오박까지 이동하며 베트남의 구정 준비 열기와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경험했습니다. 투산 계곡에서 흘러내린 두 강이 합쳐지는 나퐁 마을의 경치가 인상적이었으며, 이제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하장성으로 들어서며, 내일의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있습니다.
여행 10일차: 메오박-동반
2024/02/07
메오박에서 동반까지의 여정은 하장성의 동반 지질 돌 공원 내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지역인 마피랭을 넘나드는 구간을 통과했습니다. 메오박과 동반 사이에는 투산 협곡이 자리하고 있으며, 이 협곡은 마치 용이 승천하며 바위 사이를 휘저어 지나간 듯한 신비로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협곡은 수직으로 800~900m에 이르는 검은색과 회색이 어우러진 카르스트 지층의 바위 절벽 사이로, 맑고 푸른 옥빛의 강물이 실낱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그 모습은 아오자이를 입고 바람에 흩날리는 베트남 여성의 우아한 허리를 닮아 매우 아름답습니다. 지금은 댐이 세워져 물이 차오른 협곡을 관광선이 다니고 있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건기철에 물이 말라 실낱처럼 흐르던 강 사이를 걸으며 협곡을 탐험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이 지역의 소수민족들은 투산 협곡에 막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살다가, 정부의 도움과 소수민족 소년들이 협력하여 6년간의 노력 끝에 길을 만들었습니다. 이 길을 ‘행복의 길’이라 명명하며, 마피랭 고개 위에 기념탑을 세웠습니다.
마피랭 고개에서 내려다본 협곡과 옥색의 강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자연이 빚어낸 최고의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이 선물한 이 보석 같은 경관은 욕심을 내어 잡으려 하면 더욱 멀어지지만, 그 아쉬움은 눈과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게 됩니다. 가파른 계곡 사이에서도 한 평의 땅이라도 더 일구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모습은 자연과 하나 되어 서사시를 써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이들 덕분에 마피랭과 투산 협곡의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요약: 10일차 여정에서는 메오박에서 동반까지 투산 협곡과 마피랭 고개의 아름다운 풍경을 만끽했습니다. 소수민족들이 6년 동안 만든 ‘행복의 길’을 따라가며, 협곡의 웅장함과 자연의 조화를 감상했고, 이곳에서 살아가는 소수민족들의 삶이 자연과 어우러져 더욱 빛나는 풍경을 만들어냈습니다.
여행 11일차: 동반-룽꾸-동반
2024/02/08
동반에서 룽쿠까지 다녀온 오늘은 베트남 동서 횡단 일정 중 유일하게 일정 진행을 멈추고 동반에서 하루를 더 쉬었습니다. 대신 베트남 국토의 최북단에 위치한 룽쿠 깃대를 방문했습니다. 이번 종주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라이딩 완주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역사, 소수민족 문화, 그리고 상징적인 장소들을 탐방하는 것입니다.
룽쿠 깃대는 해발 약 1,470m의 용산 봉우리에 위치해 있으며, 중국 국경과 직선거리로 약 3.3km 떨어져 있습니다. 깃대는 높이 33.14m, 면적 54㎡의 팔각형 건축물로 세워져 있으며, 그 위에는 베트남의 대형 금성홍조기가 펄럭입니다. 이곳에 올라서면 베트남의 땅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듯한 감동과 함께 국가적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소리마저도 감동을 주어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룽쿠’는 ‘용이 사는 계곡’이라는 뜻이며, 깃대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면 양쪽 산에 위치한 두 개의 연못이 보입니다. 이 연못은 ‘용의 눈’이라고 불리며, 인근 마을 소수민족들의 중요한 식수원입니다.
동반에서 북쪽으로 약 25km 떨어진 렁쿠는 가파르고 험난한 지형에 위치해 있으며, 오늘은 특히 영상 7도의 차가운 날씨로 손과 발이 얼고 턱이 떨릴 정도로 추웠습니다. 베트남에서는 영상 5도만 되어도 초등학교가 휴교하며, 2-3도면 중고등학교와 대학까지 모든 학교가 휴교할 정도로 추위에 민감합니다. 비록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베트남인들의 강한 국가적 자긍심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하루였습니다.
요약: 11일차 여정에서는 동반에서 렁쿠 깃대를 방문하며 베트남 국토 최북단의 상징적 장소를 탐방했습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베트남인들의 강한 국가적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으며, 이 여정은 베트남의 역사와 상징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중요한 경험이었습니다.
여행 12일차: 동반-옌민
2024/02/09
동반에서 옌민까지의 여정은 여전히 깡추위가 계속되었습니다. 옷을 두텁게 입고 출발했지만, 가고 싶은 곳이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기에 선택의 순간은 중요했고, 눈앞에 있는 만큼만 받아들이며, 남은 부분은 여백으로 남기는 것 또한 여정의 미덕이라 생각했습니다.
동반에서 옌민으로 가는 길은 특히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장소들이 많았습니다. 몽족 왕궁과 숭라 계곡, 오래된 고택들이 펼쳐져 있었으며, 그 중에서도 숭라 계곡은 자연이 빚어낸 보석 같은 길들이었습니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바위가 꽃처럼 피는’ 구능지대 속에 세상과 동떨어져 있는 몽족 마을이 나오는데, 그곳의 척박한 돌덩이 사이에 작은 초등학교 분교가 있어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하장 동반 지역을 기반으로 했던 몽족 왕 찡덕과 그의 아들 찌신이 소수민족들을 규합해 프랑스와 일본군을 물리친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그들이 살던 왕궁은 낡고 초라한 목조 건물이지만, 베트남 혁명정부를 도운 역사적 장소로 그 의미가 큽니다. 왕궁을 건너다보며 숭라 계곡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포방 삼거리 정상에 올랐습니다.
숭라 계곡은 웅장한 카르스트 산들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하며, 매년 10-11월에는 메밀꽃, 12-1월에는 유채꽃, 1-2월에는 매화와 복숭아꽃이 피어나는 평화로운 마을입니다. 이곳에는 100년이 넘은 고택들로 이루어진 룽캄 마을이 있으며, 영화 ‘파오의 이야기’ 촬영지로도 유명합니다. 방문하지 못한 아쉬움은 한 장의 사진으로 대신했습니다.
옌민 시내에 도착하기 10km 전, 탐마 패스라는 가파른 협곡이 나타났습니다. 이곳은 과거 말의 힘을 시험하던 장소로, 경사면을 따라 마차를 몰며 말의 능력을 평가했던 곳입니다. 전설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 비탈길을 함께 걸으면 영원히 함께할 부부가 된다고도 합니다.
매일 힘든 여정 속에서도 숨겨진 보석 같은 이야기를 발견하는 재미는 충분한 보상입니다. 역경 속에서도 함께하는 이들과 역사적인 장소를 탐방하며, 희망의 싹을 발견하는 것은 이 여정의 큰 기쁨입니다.
요약: 12일차 여정은 동반에서 옌민까지로, 몽족 왕궁과 숭라 계곡 등 베트남의 역사와 자연을 탐방했습니다. 몽족 마을과 그들의 삶의 흔적을 보며 감동을 느꼈고, 숭라 계곡의 아름다운 경관과 탬마 패스의 전설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여정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여행 13일차: 옌민-땀선
2024/02/10
옌민에서 땀선까지의 여정은 베트남의 설날(뎃 응우옌 단, Tết Nguyễn Đán)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오늘은 베트남에서 가장 큰 명절로, 소수민족들도 각자 전통 복장을 입고 마을마다 모여 새해를 축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추운 산골짜기를 녹이며 곳곳에서 축제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점심은 깐티 마을의 짱킴 식당에서 초대받았고, 저녁은 땀선 호텔에서 설 음식을 차려 먹으며 끼니 걱정 없이 인심 좋은 베트남의 설 문화를 만끽했습니다. 거리 대부분이 설 명절로 인해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사람들의 따뜻한 환대 덕분에 배고픔을 느끼지 않았습니다.
땀선 입구 4km 전에 위치한 남단 문화 마을은 자오족이 만든 성공적인 공동체 마을 중 하나로, 전통 음식과 홈스테이를 제공하며 평화롭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입니다. 이후 천국의 문 전망대에 올라 땀선과 그 유명한 ‘쌍둥이 산’ (유방산)을 감상했습니다. 이 산은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나무꾼의 피리 소리에 매료되어 땅에서 살다가, 하늘로 돌아갈 때 아이들을 위해 젖가슴을 남겨두고 떠났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특별한 설날을 맞이해, 투어코치 황상현 사장이 하노이에서 땀선까지 직접 와서 떡 만둣국을 끓여주고 새해 세배돈인 멍 뚜이까지 챙겨주었습니다. 이번 동서 횡단은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요약: 13일차 여정에서는 베트남 설날을 맞아 옌민에서 땀선까지 이동하며 베트남의 설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전통 복장을 입고 새해를 맞이하는 소수민족들과 함께하며 따뜻한 환대를 받았고, 땀선의 천국의 문 전망대에서 ‘쌍둥이 산’을 감상했습니다. 이번 여정은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여행 14일차: 땀선-하장
2024/02/11
땀선에서 하장까지의 여정은 약 44km로 이번 종주 구간 중 가장 짧은 거리였습니다. 땀선 마을과 아름다운 ‘선녀의 가슴 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하늘의 문을 지나면, 하장 시내까지는 한 번에 내려가는 다운힐 구간이 이어집니다. 이 길에는 하장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박선 고개도 있어, 이곳을 넘으면 동반 카르스트 지질 돌 공원에 도착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편한 길 대신 북쪽 중국 국경 근처로 조금 더 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은 산과 돌, 숲이 어우러진 첩첩산중으로, 석회암 카르스트의 뾰족뾰족한 산들이 고양이 귀처럼 솟아 있었습니다. 이곳의 풍경은 마치 원시림처럼 느껴졌으며, 산과 계곡을 넘을 때마다 몇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들이 나타났습니다. 각 마을마다 소수민족 아이들이 전통 의상을 입고 길거리에 나와 놀고 있었으며, 이 모습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그려낸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점심은 농산물 시장으로 유명한 뚱바이 시장 근처의 작은 잡화점에서 부엌을 빌려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주인에게 비용을 묻자, 이미 계산이 되었고 대신 새해 세배돈인 ‘멍 뚜어이’를 달라고 했습니다. 산골의 인심이 예전 우리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국경 마을 따반에 올라가니 지도에는 없는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험난한 길에서 바퀴가 빠지고 넘어지며 끌바(자전거를 끌고 가는 것)를 반복하며 20여km를 넘었지만, 산 정상에서 1,400m를 내려오는 20km 다운힐은 팔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비록 힘든 여정이었지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풍경과 소수민족들의 진솔한 생활 풍속은 힘든 여정의 보상으로 충분했습니다.
요약: 14일차 여정은 땀선에서 하장까지 이어졌으며, 짧은 거리였지만 험난한 길을 선택해 북쪽 국경 근처로 돌아갔습니다. 산과 계곡을 넘으며 소수민족 마을과 그들의 전통 문화를 경험했고, 힘든 다운힐에도 불구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사람들의 따뜻한 인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