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북부 자전거투어 ‘노막패스’ 완성한 황상현 캠프비엣 투어코치·
처음에는 그냥 베트남 북부 제1의 도시인 하노이가 좋았다. 베낭여행자였던 그가 지난 2006년부터 하노이에 한국어 어학원을 차리고 운영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여가생활로 시작한 산행이 ‘하노이 산악회’결성으로 이어졌고, 산행을 하다 자전거 라이딩의 세계로까지 들어갔다.
여기까지였다면 평범한 배낭여행자의 자전거 라이딩 입문기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베트남 북부 산악지역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노막 패스'(NOMACH PATH) 개발로 한걸음 더 나아갔다. 노막 패스는 ‘노던 마제스티 챌린지(Northern Majesty Challenge, 북쪽의 위대한 도전)’의 약자로, 베트남 최북단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연결된 약 2000km의 자전거 여행 코스다. 자전거로 베트남 북부 산악지대를 여행하는 코스를 개발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노막 패스를 개발한 황상현 캠프비엣 투어코치는 최근 <오마이뉴스>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산행을 함께 하게 된 ‘팀버라인’의 이재국 회장이 자전거 타기를 추천해 주었고, 자전거 라이딩에 빠져들게 되었다”라며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베트남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하였는데 베트남 북부의 아름다운 산지에서 다양한 코스를 발견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베트남에서 자전거 여행에 심취해 있던 중 한국의 자출사(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번짱들과 교류하게 되었으며, 그들에게 베트남 하장 라이딩을 안내하게 된 것이 (노막 패스 개발의) 계기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황상현 코치는 “베트남 북부의 고립된 마을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고, 그곳에서 만난 소수민족들의 삶은 제가 잊고 살았던 과거 제 고향에서 향유하던 천진난만한 시간으로 돌아가게 해주었다”라며 “그들과의 만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이러한 특별한 시간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노막 패스를 개발하게 되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자전거 여행은 지구촌 탄소중립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라고 강조한 뒤, “(앞으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연결하는 라이딩 루트를 개발할 계획이다”라며 “노막 패스가 동과 서를 연결하는 도전이라면, 이 루트는 남과 북을 연결하며 새로운 자전거 여행의 길을 열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자출사 번짱들에게 하장 라이딩 안내하면서 자전거 여행 눈떠”
– 2006년부터 베트남 하노이에 어학원을 설립해 운영했는데 어떤 계기로 자전거 여행에 눈뜨게 됐나?
“약 20여년 전 배낭여행 도중 들른 하노이에서 베트남의 매력에 빠져 들었습니다. 무엇인가에 홀린 듯 막연히 좋아서 눌러 앉은 하노이에서 한국어 어학원을 설립해 운영하였습니다. 여가시간 지인들과 함께 등산을 시작했으며, 이를 계기로 산악회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산행을 함께 하게 된 ‘팀버라인’의 이재국 회장이 자전거 타기를 추천해 주었고, 자전거 라이딩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베트남 전역을 자전거로 여행하였는데 베트남 북부의 아름다운 산지에서 다양한 코스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렇게 베트남에서 자전거 여행에 심취해 있던 중 한국의 자출사(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 번짱들과 교류하게 되었으며, 그들에게 베트남 하장 라이딩을 안내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 2008년 지인들과 인도차이나 최고봉인 판시판산을 오른 것을 계기로 ‘하노이 산악회’를 결성했는데.
“지난 2008년, 봉사활동 모임인 ‘작은사랑모임’의 회원들과 함께 베트남 최고봉인 판시판산을 등반하였습니다. 정상에 오른 후 참가자들이 뜻을 모아 ‘하노이 산악회’를 구성하였습니다. 이 산악회는 단순히 산행하는 것을 넘어 베트남 한인 사회의 화합과 한인들의 건강한 여가생활, 베트남 현지인들과의 문화 교류확대 등을 촉진하는 데 힘을 모으자는데 그 결성 취지가 있습니다.”
– 등산용품 기업인 팀버라인 이재국 회장의 추천으로 MTB 자전거를 처음 시작했다고 들었다.
“맞습니다. 이재국 회장은 등산 가방 전문 기업인 ‘팀버라인’을 운영하는데 다양한 스포츠에도 능하신 분입니다. 그와 함께 등산 활동을 하던 중 자전거를 추천받아 알게 되었고 이제는 MTB 자전거 여행의 매력에 푹 빠져 있습니다.”
– 그러다가 ‘하노이 자전거 동호회’까지 만든 것인가?
“그렇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몇몇이 모여 하노이에서 루앙프라방까지의 라이딩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습니다. 이 자전거 여행의 성공담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전거를 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노이 자전거 동호회’가 결성되었고 이후 다양한 라이딩 활동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라이딩의 즐거움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 하노이 자전거 동호회를 만들면서 본격적인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나?
“처음에는 소수가 시작했지만 자전거 동호회가 구성되면서 본격적으로 자전거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베트남 깊은 산지의 새로운 라이딩 코스를 개발하면서 자전거 특유의 여유로운 속도감과 함께 자동차로는 경험할 수 없는 거리 풍경, 그리고 현지인들과의 따뜻한 소통 등을 경험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자전거 여행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해 줬고, 이를 통해 자전거 여행은 제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북쪽의 위대한 도전’ 노막패스, 베트남 최북단 동쪽 끝에서 서쪽 끝 연결
– 베트남의 사파, 황수피, 하장, 까오방, 목쩌우, 다낭, 달랏, 호치민 등을 자전거로 여행하면서 자전거 여행 코스를 개발했다고 들었다.
“네. 처음에는 단순히 자전거 여행이 좋아 여러 지역을 돌아 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하장 지역을 방문했던 번짱들이 새로운 라이딩 코스를 요청하면서 자전거 여행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코스 개발을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베트남 북부와 남부의 다양한 지역에서 자연 경관과 지형적 특성을 고려한 코스를 개발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특별한 라이딩 경험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런 노력 끝에 최근 ‘노막 패스’를 완성했다고 하는데, 노막 패스는 무엇인가?
“노막 패스는 ‘노던 마제스티 챌린지(Northern Majesty Challenge)’의 약자로, ‘북쪽의 위대한 도전’을 뜻합니다. 베트남 최북단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연결된 약2000km의 길로, 현지 시골 마을길과 자연 경관을 따라 설계된 특별한 자전거 여행 코스입니다. 이 코스를 통해 베트남 북부 오지 등의 다채로운 아름다움과 문화를 속속들이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베트남 북부만의 자전거 코스들을 연결해 노막 패스를 개발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베트남 북부의 고립된 마을들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소수민족들의 삶은 제가 잊고 살았던 과거 제 고향에서 향유하던 천진난만한 시간으로 돌아가게 해주었습니다. 그들과의 만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고, 이러한 특별한 시간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노막 패스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이 코스는 자연과 삶의 순수함을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단순한 라이딩 도전이 아니다”
– 노막 패스만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노막 패스는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시간입니다. 잊혀진 과거의 나를 만나고 나의 본질을 깨달으며, 나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입니다. 이 여행은 단순한 라이딩 도전이 아닙니다. 나 자신과 끊임 없이 대화하며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베트남 북부지역의 소수민족 문화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고 했는데.
“베트남 북부는 다양한 소수민족이 살아가는 산악 지역입니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외부인들의 침략에 의해 고립된 삶을 살아야 했던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숨어 지낼 수밖에 없었던 환경 속에서 외부와의 연결을 두려워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이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여전히 순수함을 간직한 이들의 모습과 삶을 직접 마주할 수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들의 오지 마을을 찾아가서 함께 어울리는 자전거 여행은 그 소수민족들의 삶과 문화를 깊이 있게 체험하며 교류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 총 길이 2000km의 노막 패스는 네 개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고 들었다.
“노막 패스는 베트남 북부 지역의 지형적 특색에 맞게 설계된 네 개의 독특한 코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 빅터루트(Victor Route)로 도전과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코스입니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루트입니다. 둘째, 범피루트(Bumpy Route)로 울퉁불퉁한 돌산과 거친 지형이 특징입니다. 어려움 극복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역동적인 코스입니다. 셋째, 스팁루트(Steep Route)로 가파른 경사가 많은 코스입니다. 삶의 질곡을 떠올리게 하는 깊은 인상을 남기는 루트입니다. 넷째, 트라이벌루트(Tribal Route)로 베트남 북부 소수민족의 삶과 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소수민족들과 문화적 교감과 특별한 경험이 제공됩니다. 이 네 가지 코스는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참가자들에게 다양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줄 것입니다.”
매월 1일 시작, 총 4주 28일 동안 완주
– 노막 패스는 며칠 동안 라이딩하는가?
“노막 패스의 풀 코스는 총 4주, 28일 동안 진행됩니다. 참가자는 이 기간 동안 약 2000km를 달리며 베트남 북부의 다채로운 자연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일정에 따라 맞춤식 프로그램 설계도 가능(최소 5일 이상)합니다.”
– 노막 패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나?
“노막 패스는 매월 1일에 시작됩니다. 참가자는 먼저 원하는 코스를 선택하고, 해당 날짜와 자신의 일정에 맞춰 참여 가능한 기간을 결정한 후 신청하면 됩니다. 신청은 전화나 카카오톡을 통해 이뤄지며, 일정을 모두 소화하지 못한 경우에도 2년 내에 나누어 참가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참가자들에게는 큰 장점으로 작용될 것입니다.”
– 노막 패스를 완주하는 데 드는 비용은 얼마인가?
“노막 패스는 최소 5일부터 최대 28일까지 참여할 수 있습니다. 소요되는 비용은 일반적인 패키지 해외여행 대비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좋습니다. 5일 참가비는 약113만원(항공료 제외), 4주(28일) 완주는 약510만원(항공료 제외) 수준입니다. 참여 일수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며, 항공료는 별도로 부담해야 합니다.”
– 노막 패스를 완주했을 주는 특전이 있다면 무엇인가?
“노막 패스를 완주한 모든 참가자에게는 챌린지 완주 인증서와 기념패, 그리고 기념 메달이 제공됩니다. 하지만 물질적인 특전보다도 여정 가운데 얻게 될 건강 증진과 힐링, 풍부하고 다양한 감정 및 경험 등은 훨씬 더 큰 보상이 될 것입니다. 위대하고 웅장한 자연 속에서 도전과 성취감, 그리고 여행 중 쌓게 될 잊을 수 없는 추억이야말로 값진 선물이 될 것입니다.”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연결하는 라이딩 루트도 개발할 계획”
– 노막 패스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곳이 ‘캠프비엣’인데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인가?
“‘캠프비엣’은 노막패스 프로그램의 주최 그룹으로 자전거 캠프와 등산 캠프, 올레 캠프, 스페셜 캠프, 체험 액티비티 등을 주요 카테고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합니다. 공항 픽업에서부터 호텔 예약, 식사 및 간식 제공, 짐 운반, 이동 지원, 길 안내, 지역 정보 제공, 여행자 보험가입 안내 등 기본적인 지원은 물론 응급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참가자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프로그램에 도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노막 패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베트남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은 있나?
“베트남 중앙정부, 지방정부와의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오늘 현재까지 확정 된 것은 없으나 조만간 가시화될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이 활성화되면 지방정부 차원에서 안전 지원이나 지역 행사의 협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노막 패스의 발전과 베트남 관광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 앞으로 베트남에서 더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면 무엇인가?
“자전거 여행은 지구촌 탄소중립 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노막 패스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베트남 지역사회와 참가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이 1차 목표입니다. 또한,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호치민까지 연결하는 라이딩 루트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노막 패스가 동과 서를 연결하는 도전이라면, 이 루트는 남과 북을 연결하며 새로운 자전거 여행의 길을 열 것입니다. 이를 통해 K문화의 확산과 베트남 전역의 자연 및 문화 교류 활성화에도 일조하고 싶습니다.”
